주 문
1. 이 사건 소송 중 원고 B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부분은 2021. 1. 8. 위 원고의 사망으로 종료되었다.
2. 원심판결 중 원고 C, D, E, F, G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제1심판결을 취소하며, 이 부분 소를 각하한다.
3. 원심판결 중 원고 H, I의 패소 부분 및 원고 C의 임금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4. 원고 J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5. 원고 D, E, F, G와 피고 사이에 생긴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하고, 상고비용 중 원고 J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위 원고가, 피고의 상고로 인한 부분 중 원고 H, I, C, D, E, F, G와 사이에 생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 유
1. 직권판단
가. 원고 B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부분
기록에 의하면, 원고 B이 원심판결 선고 후인 2021. 1. 8. 사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위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근로자지위에 있음의 확인을 구하고 있는데,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일신전속적인 것이어서 상속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소송 중 원고 B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부분은 위 원고의 사망으로 종료되었다.
나. 원고 C, D, E, F, G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부분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이란 당사자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 위험이 있고, 이를 제거함에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 인정된다(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1264 판결,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6다40439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의 단체협약에 신규입사자의 경우 입사와 동시에 K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되도록 하는 이른바 '유니온숍 규정'을 두고 있고, 이 사건 판결선고일 현재 K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에게 적용되는 단체협약에 의하면 피고 소속 근로자의 정년은 만 60세가 되는 해의 말일인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의하면 이 사건 상고심 계속 중인 2019. 12. 31. 원고 C, D의 정년이, 2020. 12. 31. 원고 E, F, G의 정년이 도래하였음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원고들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위 원고들은 더 이상 피고에 대하여 근로자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것이 위 원고들의 현존하는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불안 ·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위 원고들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부분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게 되었고, 이 점에서 본안에 관하여 판단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 이 부분에 관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과 성립 인정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원고 C 제외)
1)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그 근로자에 대하여 직 · 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 · 명령을 하는지, 그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 · 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그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 · 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의 작업현장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 · 감독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가) 피고는 사내협력업체들의 담당 공정에 대하여 생산량, 월별 가동시간, 시간당 생산대수, 가동률, 작업일정 등을 상세하게 계획함으로써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원고들에 대하여 작업량, 작업순서, 작업속도, 작업시간 등을 결정하였고, 피고의 필요에 따라 사내협력업체의 담당 공정을 수시로 변경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일반적 작업배치권과 변경결정권을 행사하였다.
나) 피고는 사양일람표, 사양식별표, 작업표준서, 검사기록표, 서열모니터, 일일작업지시서, 작업사양서 등을 통하여 원고들에 대한 작업방식을 지시하였다. 나아가 피고는 원고들을 직접 지휘하거나 사내협력업체 소속 현장관리인 등을 통하여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하였다. 사내협력업체의 현장관리인이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지휘 · 명령권을 행사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이거나 그러한 지휘 · 명령이 피고에 의해 통제되어 있는 것에 불과하다.
다) 사내협력업체들은 피고에게 작업일보, 작업월보 등을 작성하여 제출하거나 그 소속 근로자들의 근무시간, 투입인원 등을 피고가 마련한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방법으로 보고하여 왔다. 피고는 이를 통하여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태 현황 등을 파악하고 관리하여 왔다.
라) 피고는 사내협력업체 인원 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면서, 피고 소속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모두 '생산직' 또는 '생산관련' 인원으로 함께 편성하여 전체적으로 관리하였고, 생산계획 변경이나 직영화, 신규채용 및 정년퇴직 등으로 인한 피고의 정규직 인원증감에 대하여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로 하여금 대응하도록 하였다.
마) 피고는 정규직에 결원이 발생하면,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대체 투입하였다. 또한 피고의 일부 공장에서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가 담당하는 공정을 다른 공장에서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수행하거나, 같은 종류의 업무를 구간별, 부위별로 나누어 피고와 사내협력업체의 근로자가 각각 수행하기도 하였다. 즉, 원고들은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들과 공동 작업을 하는 등으로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었다.
바) 피고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원고들의 작업시간, 휴게시간, 연장 및 야간근로, 교대제 운영, 특근일정뿐만 아니라 작업공수를 산출하고 세부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까지도 정하여 작업량, 작업속도 및 강도 등 직접적인 근로조건까지도 결정하였으며, 사내협력업체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정해진 근로시간을 임의로 조정할 수 없었고,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해진 표준정원(T/O)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었다.
사) 사내협력업체의 담당 공정이 피고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었음에도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노동력이 피고의 생산과정에 곧바로 결합될 수 있었던 점, 자동차 생산 작업 중 특정 공정을 담당하던 사내협력업체가 피고와의 계약을 해지당하는 등으로 다른 업체로 변경되는 경우 기존에 근무하던 근로자의 대부분이 신규 업체에 고용이 승계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사내협력업체가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거나 고유하고 특화된 업무를 위탁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즉, 사내협력업체들의 업무는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의 업무와 명확히 구별되기 어렵고, 그들만의 고유하고 특별한 업무가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다. 원고들의 구체적인 작업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과 구별되는 전문적 기술이나 근로자의 숙련도가 특별히 요구되지 않는 반복적인 작업들이 대부분이다.
아) 사내협력업체들이 작업과정에 사용되는 소모품이나 사무실, 작업장 내 비품을 마련하거나 지게차, 트럭 등을 일부 보유한 것은 사실이나, 원고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핵심적으로 필요한 생산 관련 시설 · 장비, 작업도구, 부품 등은 모두 피고의 소유이다. 또한 사내협력업체들이 고유 기술이나 특별한 자본을 투입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
3)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지 않는 공정(생산관리, 품질관리, 내수출고PDI, 수출방청 업무)에서 근로자파견의 성립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원고 C 제외)
1)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지 않는 공정(이하 원심의 표현에 따라 '간접생산공정'이라고 한다)의 경우도 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는 공정(이하 원심의 표현에 따라 '직접 생산공정'이라고 한다)에서와 마찬가지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가) 간접 생산공정의 경우에도 작업 소요시간에 따른 시간당 생산 대수, 세부업무별 투입인원 공수, 필요인원 등을 전부 피고가 결정하였고, 이에 따라 간접 생산공정을 담당하는 사내협력업체들도 피고가 정한 표준정원(T/O)에서 정해진 인원을 해당 작업에 투입하여야 했다. 또한 피고의 필요에 의하여 담당 공정 또는 업무수행 방법이 변경되기도 하였다. 피고는 서열자 실명제 대장 또는 물류관리 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수행 현황 등을 파악해 왔다.
나) 피고는 일의 결과가 아닌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의 수에 따라 월별 기성 도급금액을 지급하는 한편, 직접 생산공정과 마찬가지로 사양일람표, 사양식별표, 서열 모니터, PDI 정비지침서 등을 통하여 해당 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업무지시를 하는 등의 지휘 · 명령권을 행사한 반면, 사내협력업체가 스스로 독자적인 지휘 · 명령권을 행사하였다는 정황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 생산관리업무의 경우 컨베이어벨트의 생산일정에 맞추어 적시에 조립부품 등을 제공하여야 하고, 출고업무의 경우 역시 컨베이어벨트를 활용한 피고의 생산물량에 직 · 간접적으로 좌우될 수밖에 없는 등 컨베이어벨트의 생산속도 및 일정에 연동되어 이루어지게 되고, 해당 공정의 작업량이나 투입 인원 또한 컨베이어벨트의 작동 속도 및 생산량을 감안하여 책정되었다. 간접 생산공정의 경우에도 실제 업무수행 과정에서 시 · 종업시간, 휴게시간, 연장 및 휴일근무시간 등이 모두 피고가 정한 시간에 구속되는 등 근로조건의 설정 · 관리 방식이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직접 생산공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라) 간접 생산공정을 담당하는 사내협력업체 역시 피고만을 상대로 사업을 영위하였으며, 일부 업체가 지게차 등을 소유한 것을 제외하고는 고유의 기술이나 자본 등을 투입한 바 없다.
마) 피고와 K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에 의하여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등에 관한 합의를 하면, 이 합의가 '사내협력업체 도급계약 조건 개선'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이 결정되며, 피고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격려금 지급 여부 등에 관한 결정권을 행사하고, 사내협력업체는 지급금액을 임의로 조정하거나 독자적으로 지급 여부를 결정할 수 없었다.
2)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다.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자파견관계 성립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고 L, M
원심은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앞서 본 바와 같이 도급 등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정 업체들 사이에 '근로자파견계약'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도 형식적인 계약서의 작성 여부보다는 해당 업체들 사이에서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실질적인 경위와 내용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N 주식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2차 협력업체 소속으로 O공장에서 수출방청업무를 담당한 원고 L, P 주식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2차 협력업체 소속으로 Q공장 의장라인 부근에서 생산관리업무를 담당한 원고 M에 대하여, 1차 협력업체인 N 주식회사, P 주식회사가 피고 및 2차 협력업체들과 사이에 체결한 각 계약의 내용, 위와 같은 형태로 계약이 체결된 경위, 1차 협력업체가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수행에 관여하였는지 여부,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수행 등이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수행 등과 상이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한 판시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따르면 위 원고들이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라고 하여 피고를 사용사업주로 하는 근로자파견관계가 부정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근로자파견관계 인정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5다75088 판결은 이 사건과 사실관계가 다르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이 위 판례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2) 원고 C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R 주식회사(이하 '주식회사'는 생략한다)와 사이에 범퍼 모듈에 대한 부품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R이 피고 공장 사내에서 조립한 범퍼 모듈을 적시에 피고의 생산라인까지 불출하는 것을 납품방식으로 정하였고, R은 피고 공장 사내에서 이루어지는 범퍼 모듈의 조립, 검사, 서열 · 불출 업무에 대하여 S과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원고 C은 S 소속으로 피고 공장 사내에서 범퍼의 조립, 검사, 불출 등의 업무를 수행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심은, S이 담당한 업무는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 또는 1차 사내협력업체가 수행하던 업무와 동일하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원고 C에 대하여도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근로자파견관계의 인정 여부는 위 가.의 1)항에서 설시한 법리에 따른 판단요소에 관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원고 C에 대하여 업무수행에 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 · 명령을 하였는지, R이 S 소속 근로자의 업무수행에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는지, 피고가 S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서 일반적 작업배치권 및 변경결정권을 행사하거나 근로조건 등의 결정 권한을 행사하였는지, 원고 C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R은 물론 S이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원고 C이 담당한 업무가 한정성 · 구별성 · 전문성 · 기술성이 있는지 등의 판단요소에 관한 사정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앞서 본 판시 사정들만을 근거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근로자파견관계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라. 직접고용간주 이후 파견사업주와 사이의 근로관계 단절의 법적 효과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1) 고용간주 효과 발생 후 사내협력업체와 근로관계가 단절된 경우 고용간주 효과가 소멸하는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견법'이라고 한다)의 직접고용간주 규정은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발생하는 법률관계와 이에 따른 법적 효과를 설정하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파견사업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위와 같은 법률관계의 성립이나 법적 효과 발생 후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가 유지되고 있을 것을 그 효력존속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의 성립이 간주된 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에 대한 관계에서 사직하거나 해고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간주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편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 단서는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는 직접고용간주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직접고용간주 규정의 입법 목적과 그 규정들이 파견사업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란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반대한 경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고자 하는 의사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7다219072 등 판결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사직, 해고 등의 사유로 사내협력업체와의 근로관계가 단절된 원고들의 경우 피고와의 관계에서 고용간주 효과가 소멸하였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 규정의 법적 효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이 사건 소제기가 신의칙에 반하는지
원심은, 사내협력업체가 원고들 중 일부에 대하여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을 통하여 해고의 정당성을 확인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소에서 위 원고들이 청구하고 있는 것은 해고의 무효 확인이 아닌 근로자파견관계 성립에 따른 근로자지위확인인 점에서 청구의 목적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위 원고들의 이 사건 소제기가 신의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판결이유의 전체적인 취지에 비추어 보면 사내협력업체로부터 개인적인 사유로 징계해고된 원고 T에 대해서도 직접고용간주의 효과가 존속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도 배척하였음이 명백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마. 개정 파견법상 고용의무조항의 해석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2006. 12. 21. 개정된 파견법의 고용의무 조항의 해석에 관한 것인데, 이 사건은 구 파견법이 적용되는 사안이므로 위 주장은 그 자체로 이유 없다.
3.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원고 J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가 원고 J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다투고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므로, 위 원고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의 소를 각하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원고 H, I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구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어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의 근로자로 간주된 이후 파견사업주와 사이의 근로관계 단절로 인해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근로제공을 중단한 기간이 있더라도, 파견근로자의 근로제공 중단이 사용사업주의 책임 있는 사정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 파견근로자로서는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민법 제538조 제1항에 따라 근로제공 중단 기간 동안 근로제공을 계속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다.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의 성립이 간주된 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에 대한 관계에서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하였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간주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사용사업주가 구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간주의 효과가 발생하였음에도 파견근로자를 현실적으로 고용하지 않고 있던 중에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 사이의 근로관계 중단 또는 종료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근로제공의 중단은 사용사업주의 책임 있는 사정으로 말미암은 것으로 볼 수 있고, 다만 사용사업주가 현실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였더라도 파견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달리 볼 수 있다.
2)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 H는 2004. 8. 19., 원고 I는 2007. 3. 3.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에 의하여 피고의 직접고용근로자로 간주되었다.
나) 위 원고들이 소속되어 있던 U이 2007. 12. 31. 자로 폐업하고 그 담당업무(도장 공정)를 2008. 1. 1.부터 V이 맡게 되었는데, V이 2007. 12.경 채용공고를 내었으나 위 원고들은 고용(승계)조건에 관한 이견으로 인해 고용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다) 위 원고들은 2008. 1. 3. 포괄적인 고용승계를 요구하면서 W노동조합 A 주식회사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노조원들과 함께 도장공장에 들어가 도장라인을 점거하거나 그 무렵부터 출퇴근시간에 피케팅 등을 하였다.
라) 위 원고들은 2008. 3. 20.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피고와 V을 상대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면서 피고에 대하여는 구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간주 효과 발생을 주장하고, V에 대하여는 고용승계를 주장하였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피고와 위 원고들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지 않았고, V에 고용승계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8. 5. 23. 위 구제신청을 기각하였으며, 위 원고들이 이에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2008. 9. 19. 기각되었다.
3) 이처럼 위 원고들은 사내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 고용승계가 되지 않거나 해고됨으로써 피고에 대하여 근로제공을 하지 못하게 되었는바, 위 원고들의 근로제공 중단은 피고의 책임 있는 사정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달리 위 원고들이 현실적으로 피고에게 직접 고용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위 원고들의 근로제공 중단은 근로자의 개인적인 사유에 의한 것이므로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파견근로자의 근로제공 중단과 사용사업주의 귀책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소송 중 원고 B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부분은 2021. 1. 8. 위 원고의 사망으로 종료되었음을 선언하고, 원심판결 중 원고 C, D, E, F, G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부분을 파기하되, 이 부분은 이 법원이 직접 판결하기로 하여 이 부분 제1심판결을 취소하며, 이 부분 소를 각하하고, 원심판결 중 원고 H, I의 패소 부분과 원고 C의 임금청구 부분을 파기하며,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J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D, E, F, G에 대한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며, 원고 J의 상고로 인한 부분과 피고의 상고로 인한 부분 중 원고 H, I, C, D, E, F, G와 사이에 생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각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안철상
주 심 대법관 노정희